[무등의 시각] 공포가 바꾼 일상…두려움은 털어내야

@김현주 입력 2020.02.20. 16:42

집 밖을 나서기 전 마스크를 찾는 일이 당연해졌다. 옷을 입고 신발을 신는 것처럼 외출해야 할 일이 생기면 마스크부터 챙긴다. 최근 생긴 ‘마스크 챙기기’ 버릇은 비단 나에게만 해당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마스크 쓰기를 생활화하고 있다. 길에서 학교에서 또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이 오히려 튀는(?) 행동이 돼 버렸다.

처음에는 감염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여 마스크 쓰기를 선택했지만 지금은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기 위해 써야 하는 필수가 됐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마스크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된 지 오래다. 미처 마스크를 챙기지 못한 채 버스에 올랐다가 무심코 나온 헛기침 한 번에 모든 이들의 눈총을 한 몸에 받은 적이 있는지라 더욱 신경이 쓰였다.

‘마스크 챙기기’ 습관은 그나마 양반이다. 아기를 키우는 친구들은 밖에 날씨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집 밖을 나서지 않은 지 오래라고 넋두리를 쏟아냈다. 광주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2월 초 이후 혹시나 하는 불안감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웃프(웃기다와 슬프다의 합성어)게도 감염의 공포로 인해 자의적 감금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외부에서 찾아오는 손님에 대해서도 극도로 예민해졌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문 앞까지 물건을 가져다주는 택배기사가 그리 반가웠는데 이제는 공동현관을 통과하는 것 자체가 꺼려져 경비실에 놓고 가게 한다는 이야기까지 술술 쏟아졌다.

이 뿐 아니라 종일 코로나를 검색하는 것도 일과 중 빼 놓을 수 없는 일이 됐다. 내가 사는 지역이나 혹은 동네에서 확진자나 의심자가 발생하지 않을까 수시로 뉴스를 검색해 관련 기사가 없어야만 안심이 되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22번 확진자를 비롯해 19일 16, 18번째 확진자가 잇따라 완쾌, 퇴원을 하면서 광주는 진정세에 접어드는 모양새였다. 드디어 마스크를 벗어도 되겠다고 생각한 순간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19일 기준 대구 확진자는 16명이었으나 밤사이 10명이 추가로 발생했으며 경북 역시 4명이 늘어나면서 확진자 수는 9명까지 불어났다.

이틀새 대구·경북지역에서만 코로나 확진자가 35명 안팎까지 늘어난 셈이다. 추가 발생 가능성까지 예고하고 있어 지역사회내 감염 공포가 극대화 되고 있다.

국내 코로나 발생 이후 한 달 지역경제는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었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3월5일)을 코 앞에 두고도 잔뜩 위축된 지역경제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개인의 건강·위생 관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너무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하고 있는 만큼 감염에 대한 경계는 늦추지 말되 과도한 공포에서 벗어나 과거의 일상은 되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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