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9(토)광주 5ºC
사회 > 사회일반
‘전두환 재판’ 맡던 판사, 한국당 입당 논란
입력 : 2020년 01월 27일(월) 16:31


장동혁, 사직 후 대전 유성갑 출마 선언
내달 전두환 재판 연기 등 장기화 우려
재판 공정성·신뢰성 훼손 지적 잇따라
현직 판사·국회의원 예비후보 등 비판
[대전=뉴시스] 전두환 전 대통령 재판을 맡았던 장동혁(51) 전 광주지법 부장판사가 23일 자유한국당 대전시당서 회견을 열고 21대 총선 대전 유성갑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의 재판을 이끌다 돌연 사직했던 장동혁(51) 전 광주지법 부장판사가 자유한국당 옷을 입고 총선 출마(대전 유성갑)를 선언, ‘정치 판사’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장 전 판사의 이번 행보가 그간 진행된 전씨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장 전 판사는 피고인인 전씨의 재판 불출석을 허가해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27일 광주지법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장 전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한국당 대전시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나라는 원칙 위에 세워져야 하고 그 원칙은 함부로 흔들려서는 안된다. 이 나라는 원칙이 흔들리고 원칙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이 나라를 바로세우고 되돌려놓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현직 판사가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그는 “법관 출신이라는 과거 전력에 기대 정치를 하려는 것은 비판 받아 마땅하고 다른 법관들에게 누를 끼치는 것”이라며 “사직서를 제출하기 전까지 정치색을 띠거나 활동도 하지 않았다.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것만 가지고 비판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 전 판사의 이러한 행보 탓에 전두환의 재판 일정은 차질을 빚게 됐다.

전두환 재판은 2018년 5월 기소 후 1년8개월 간 8차례에 걸친 증인신문 등 장기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오는 2월 10일 공판기일이 잡혔지만 장 전 판사의 사직으로 2월 말 법원 정기인사 때까지 임시 재판부 체제로 운영된다. 이후 재판부가 배당되더라도 그간의 기록을 검토하는데만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류영재 판사 페이스북 캡쳐.
40년 전 진실을 추적하는 ‘전두환 재판’을 맡았던 현직 부장판사가 법복을 벗자 마자 야당에 입당, 출마선언을 하자 법조계는 물론 사회 각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류영재 춘천지법 판사는 자신의 SNS에 ‘법원의 신뢰성과 중립성’을 지적하며 그를 저격했다.

류 판사는 장 전 부장판사의 출마선언 기사를 공유하며 ‘진짜 어이없다’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그는 “전두환 재판하시던 그 분이 현직 판사 법복 벗고 즉시 총선 출마한다고 한다”면서 “어제까진 어떠한 당파성을 갖지 않고 재판을 하다 오늘부터는 특정 정당에로의 입당을 결심했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믿기겠는가? 이 자체로 어제까지의 재판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진 않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최근 이탄희 전 판사를 영입한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며 ‘이탄희 금지법’(김진태 의원 발의)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두고는 “이탄희 변호사는 마지막 재판 3년 후 출마, 장동혁 정 판사는 재판하다 득시 출마. ‘장동혁 금지법’으로 이름을 고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도 지적했다.

이어 “(사법농단을 규탄하던)이수진, 최기상, 이탄희에게는 재직 중 정치활동을 했던 ‘정치판사’라던 보수언론과 한국당이 (정작)법관 사직 후 즉시 출마하는 장 전 판사는 옹호하고 있다”면서 “자아비판인가, 아님 선택적 비판인가. 이게 정쟁컨셉이었구나 싶다”고 남겼다.

류 판사의 관련 게시글은 수 백개의 공감을 얻으며 온라인 상에 확산되고 있다.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광주 동구남구을 예비후보는 27일 “장동혁의 전두환 재판 불출석 허가 후 총선행은 매우 부적절하며 파렴치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 예비후보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사회적 정의 구현을 위한 마지막 보루인 법조인이 정치에 나서는 것은 매우 신중한 처신이 필요하다”며 “(장동혁)은 법조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도 저버리고 그동안 범죄자와 야합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수의 법조인을 영입해왔던 자유한국당을 향해 “민주주의의 삼권분립을 무력화시키고 법을 정치에 복속시키려는 무모한 정치집단”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장 전 부장판사는 충남 보령 출신으로 대천고와 서울대를 졸업했으며, 1991년 행정고시 35회를 합격한 후 사무관으로 근무하다 2001년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대전지법, 인천지법 등을 거쳐 2016~2018년 국회에 파견돼 근무하다 최근 광주지법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사자명예훼손 재판을 맡아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주현정기자 doit85@sr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