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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엔 홍어제~" 선홍빛 자태에 군침이 '츄릅'
입력 : 2020년 01월 22일(수) 00:00


설 앞둔 양동시장은 벌써 ‘북새통’
홍어집 앞 장사진 “주말은 줄서야”
마트보다 몇천원 저렴하고 덤은 ‘情’
광주 서구 양동시장의 해남수산 강현숙 사장이 주문을 받고 홍어를 썰고 있다.
“아따 덤을 누가 정해놓고 준당가, 담다 보믄 좀 더 들어가고 말을 이삐게 하믄 좀 더 주고 그러제.”

설 명절까지는 며칠 남았지만 전통시장은 이미 설날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20일 광주시 서구 양동시장 소방출입구 3번 출구 앞에 리어카를 세우고 과일을 파는 조덕순(65) 아짐에게 얼마나 싸게 주실라냐고 물었다. 아짐은 손사래를 치며 “나도 먹고 살어야제. 아침에 공판장에서 젤로 좋은 걸로만 가져오는구만”이라고 웃는다.
50년째 양동시장에서 홍어를 사 먹는다는 유촌동 주민 김기중씨가 홍어를 들어올려보이고 있다.


부사 사과 10알 5㎏이 시중에서는 3만원 정도인데 2만5천원에 파시니 아짐은 5천원 정도 싸게 주시는 셈이다. 사과는 10개 정도 사면 하나 더 주고, 귤은 조금만 사도 몇개씩 더 너 주고 한단다. 배는 몇개 사야 덤으로 줄거냐니 웃기만 한다.

그는 설을 앞둔 금요일까지만 과일을 떼어다 팔고, 토요일은 가족들 보러 갈 계획이란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자들에게 넉넉한 세뱃돈을 주고 가족들과 즐거운 설날을 쇠고 싶은 마음에,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찾아 과일을 사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바로 옆 떡집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풍긴다. 10년을 운영했다는 안동떡집 문의수(64·여)씨가 반갑게 맞는다. 이미 여러번 방송도 탈 만큼 인기가 높고 지금은 아들이 뒤를 이어 떡집을 운영하고 있다.

떡집 안은 아침에 뽑은 하얀 가래떡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가래떡을 송송 썰어 떡국 떡으로 만들어 포장하는 몫은 막내 아들의 몫이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인지 아직 주문이 많지는 않단다. 그래도 설날이 가까워지니 떡국 떡을 사러 온 손님들이 차츰 늘어 매일 쌀 닷말(100㎏)씩 가래떡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광주 서구 양동시장의 홍어집 해남수산 주위로 손님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떡집에서 한과를 사 든 최규대(78) 할아버지 부부 손에는 생선이며 나물이며 과일까지 이미 설 잔칫상이 펼쳐져 있다. 송암동에서 온 최씨는 2남 1녀 자식과 손주들에게 먹일 명절 상거리를 사러 왔다.

최씨는 “직장생활 잘하고 손주손녀들 잘 기르니 이만한 효도가 어디 있나”며 “올 한해도 모두 다 건강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설 명절을 앞둔 양동시장 전경


시장 한가운데 들어서니 홍어집 앞에서 장사진이 펼쳐졌다. 홍어집 해남수산에서는 33년째 홍어를 썰었다는 강현숙(60·여) 사장이 고개를 들 새도 없이 푹 숙이고 칼을 놀렸다.

홍어 날개 하나를 써는데 1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날아가는 속도로 썰어대도 손님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 몇마디 말을 붙였지만 “바쁘다”는 말만 돌아왔다. 일을 돕는 사위에게 물으니 주말에는 100명도 넘게 줄을 선단다. 선홍빛 윤기가 흐르는 홍어 한접시를 포장한 유촌동 주민 김기중(72)씨는 이 집 홍어를 19살때부터 먹었 만큼 단골이라고 자랑한다.
안동떡집 문의수씨의 막내아들이 떡국 떡을 포장하고 있다.
송암동 주민 최규대씨 부부가 양동시장에서 설을 앞두고 장을 보러 나왔다.


상인들도 설 명절을 손꼽아 기다렸다. 3년 전부터 양동시장에 터를 잡은 나라수산의 강수진(45·여)씨는“설날이면 평소보다 대여섯배는 매출이 나가니까 열심히 준비한다”며 “바닷물 공급기에 수온 유지 장치도 달고 제일 신선한 상태로 드리니까 장보시러 시장에 와보셔요”라고 말했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