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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 무죄’ 의미와 전망- 특별법 제정으로 국가폭력 근절해야
입력 : 2020년 01월 20일(월) 18:09


민간인 희생자 명예회복 단초
恨 풀어줄 특별법은 지지부진
2001년 이후 5번째 발의 불구
법안심사소위 1년째 계류중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여순사건 유족회 회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시작 전 여순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플랜카드를 들고 의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2019.11.28. kkssmm99@newsis.com
“민간인 희생자 3명의 재심 청구인 중 1명만 선고에 이르렀고, 2명은 선고를 기다리다 숨져 절차를 종결할 수 없어서 안타깝다. 국가권력에 의한 억울한 피해를 형사 절차를 통해 개별적으로 바로 잡으려 하지 말고 특별법을 제정해 일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김정아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 재판장은 20일 순천지원 316호 형사 중법정에서 열린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장환봉(당시 29·순천역 철도원)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 판사는 그러면서 “국가권력에 의한 피해를 더 일찍 회복해 드리지 못한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도 사죄했다.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자에게 72년만의 내려진 무죄 판결임과 동시에 앞으로의 과제를 오롯이 담았다는 평가다.

[순천=뉴시스]김석훈 기자 =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20일 열린 여순사건 재심 재판에서 순천역 철도기관사 고 장환봉 씨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후 고 장환봉 씨의 아내 진점순(97·여)씨와 딸 장경자(75·여)씨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0.01.20. kim@newsis.com
◆명예회복 시발점 된 과거사위 결과

이번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무죄 판결은 2010년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단초가 됐다.

당시 과거사위는 “여순사건 당시 군경이 순천지역 민간인 438명을 무리하게 연행해 살해했다. 순천지역만 2000여명이 학살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미있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순사건이 일어난 지 62년만에 국가폭력 피해자의 명예 회복 실마리가 마련된 셈이었다.

이 조사 결과를 근거로 장환봉, 신태수(당시 32·농업), 이기신(당시 22·농업)씨 등 3명의 유족들은 이듬해 10월 재심을 청구했다.

순천지법과 광주고법은 재심을 결정했지만 검찰이 항고·재항고로 맞서며 지체가 됐고 지난해 3월에서야 대법원이 ”군경이 법원 발부 영장 없이 희생자들을 불법으로 체포·감금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재심개시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지난해 4월29일, 3명에 대한 재심을 시작했지만 청구부터 개시까지 7년여가 소요되는 사이 유족 3명 중 2명이 숨져, 청구인은 장씨 측 1명만 남게 됐다.

여순사건 당시 사진.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제공
◆1년째 계류중인 특별법

국가폭력의 대표 사례인 여순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일찌감치 제기됐었다.

여순사건의 원인이었던 제주 4·3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2000년 이후 탄력을 받았다.

2001년 16대 국회에서 여수 출신의 김충조 전 의원이 처음 발의한 여순사건 특별법안은 그러나 2013·2017·2018년 등 이후에 3차례나 더 발의됐지만 번번이 법안 채택은 무산됐다.

20대 국회에서 역시 정인화·이용주·윤소하·주승용·김성환 의원이 각각 발의한 여야 5당의 여순사건 특별법안이 상정되어 있지만 법안 5개가 모두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1년 넘게 계류된 상태다.

여순민중항쟁전국연합회는 이날 무죄 판결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들의 무죄 판결 단초를 제공한 것“이라고 환영하면서도 ”사자와 유가족의 명예회복을 위해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진상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도 이날 관련 성명서를 발표하고 ”유족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덜어지려면 국가에 의한 학살 인정과 진실규명이 필요하다“며 ”국회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여야가 힘을 모아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현정기자 doit85@sr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