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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지역 인쇄업계 상생 마련돼야”
입력 : 2019년 11월 08일(금) 18:06


광주·전남중기협동조합을 가다
<4>광주전남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대형 업체에 밀려 ‘하청업체’로 전락
경쟁력 악화에 지역 인재유출 원인
페이퍼컴퍼니 일감에 대금 떼이기도
최경채 광주전남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8일 지자체를 비롯한 지역 공공기관이 지역업체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역 업체들이 인쇄 기술력에서 크게 뒤떨어지지 않지만 인력과 네트워크의 부족으로 일감을 따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자본과 인력이 풍부한 수도권 위주의 업체가 굵직한 지자체 행사와 지역 공기업의 일감을 다 가져가거나, 울며 겨자먹기로 재하청을 통해 일감을 받는 처지에 놓이고 있습니다.”

지난 8일 동구 서남동 인쇄의 거리에 위치한 광주전남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최경채 이사장은 지자체를 비롯한 지역 공기업이 지역 업계의 현실을 외면한 채 편의성만 따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이사장에 따르면 광주시를 비롯해 지자체가 국제적 규모 행사 등 여러 대형 사업의 홍보 팸플릿 등을 기획·제작 시 지역 인쇄업체들을 외면해 왔다는 것.

최 이사장은 “지역 업체가 대형 업체보다 기획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인쇄 시설이나 제작 퀄리티에서 큰 차이가 없다”면서 “수도권의 대형 인쇄업체들은 홍보팀이나 비즈니스 전문인력이 있는 반면에 지역 업체들은 일감을 따올 수 있는 영업력이나 인력, 대형 실적 등의 부족으로 일괄적으로 경쟁하면 밀릴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최 이사장은 나주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기업들도 지역 업체를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공기업이 지역과 상생에 앞장서기보다는 이전하기 이전 업체에 관성적으로 물량을 주다보니, 지역 업체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최 이사장은 결국 지역 업체의 배제가 지역 인재의 외부 유출을 심화해, 다시 지역 업체에의 우수한 인력 유입을 막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광주지역 대학교가 전국적으로 우수한 디자인학과를 보유하고 있어도 졸업하고 나서 어쩔 수 없이 대부분 수도권 등 외부로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지역 업체의 경쟁력을 키워 인력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선순환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는 공무원들의 안일한 태도가 한 몫 한다는 게 최 이사장의 주장이다. 그는 “공무원들은 결과물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대형 업체를 선호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며 “다만 전국 단위의 입찰이라도 지역 업체의 일부 참여를 의무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업계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문제 중 하나가 ‘페이퍼컴퍼니’다. 실제 사업장을 두고 있지 않은 페이퍼컴퍼니가 여러 경로와 로비 등을 통해 공공기관 물량을 다수 확보한 뒤 지역 업체에 하청을 주는 형식이다.

최 이사장은 “공공기관을 상대로 사업을 따오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물량을 받는 경우 납품대금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야하고 실제 야반도주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지만 이 물량이라도 받을 수밖에 없는 게 지역 업체의 현실이다”고 호소했다.

최 이사장 자신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물량을 받았다가 떼인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몇년 전 여수의 한 공공기관에서 일감을 받은 업체의 물량을 받은 적이 있었다”면서 “약속 대금을 받으려고 사무실을 찾아갔는데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페이퍼컴퍼니였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최 이사장은 심지어 페이퍼컴퍼니인 걸 알면서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페이퍼컴퍼니에 납품대금이 불안하니 먼저 달라고 하면 바로 다른 곳에 맡기겠다며 오히려 큰 소리친다”고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딴 데가서 하십시오 우린 불안해서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일감이 없다 보니 이런 현상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1940년대 옛 전남도청 주변으로 인쇄 업체가 하나 둘씩 터를 잡으며 시작된 서남동 인쇄의 거리는 호남권 최대 인쇄와 기록 매체 복제업의 집적지로, 기획과 편집, 제판업체, 인쇄소 등 300여 업체가 인쇄 단지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전남도청이 무안으로 이전하면서 주문 물량이 줄고 구도심 침체, 인쇄 매체 발달, 전국적인 인쇄 업체 등장 등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sr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