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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로 드러난 피의사실 공표, 어떻게 개혁해야 하나
입력 : 2019년 10월 15일(화) 10:53


이명기 변호사(법률사무소 강천)
조국 장관이 전격 사퇴했다. 조국 정국이라 할 만큼 모든 문제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두달간의 갈등이었다. 법무부 장관에 발탁된 조 장관은 국회의 임명동의가 있기 전부터 많은 의혹과 논란에 휩싸였다. 급기야 국민들도 두파로 나뉘어 서로 반목해왔다. 수많은 기사가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오다 보니 국민들은 결론이 나지 않은 사건에 대하여 결론이 난 것처럼 양쪽으로 편이 갈려 진영싸움을 벌였고 한국 언론의 보도 메카니즘에 대한 문제도 숙제로 남겼다.

조국 사태가 여기에까지 이르게 된 데는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검찰 문화가 아직까지 후진적임을 드러냈다. 조국 가족 수사에서 언론은 진실여부를 막론하고 검찰이 수사내용이나 자료를 무분별하게 흘려 일단 망신부터 주고 보는 피의사실 공표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연출했다.

재판 전에 이미 유죄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가는 오래전부터 문제였다. 이번 조국 사태에서도 압수수색 당일 보도된 부산의료원장의 문건이나 조 장관 딸의 생활기록부 유출 의혹, 압수된 조 장관 부인 컴퓨터 안의 총장직인 파일 보도, 최근 큰 파장을 일으킨 유시민 작가와 KBS의 인터뷰 내용 등은 검찰이 피의사실을 의도적으로 유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우리 형법은 경찰이나 검사가 직무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기소 전에 외부로 공표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위반할 경우‘피의사실 공표죄’로 처벌하고 있다(형법 제126조). 기소도 이루어지기 전에 수사기관이 수사내용을 자유롭게 공표하면, 피의자는 사실상 언론과 여론의 재판을 받게 돼 인권이 침해되기에 처벌 규정을 둔 것이다.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규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조국 가족수사에서 보듯이 법무부 훈령이나 경찰청 훈령 등 행정규칙에 근거한 기소 전 피의사실 공표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어 사실상 사문화 되었다. 법무부가 2010년 마련한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살펴보면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중대한 오보를 방지할 필요가 있거나 국민이 즉시 알 필요가 있는 경우, 범인 검거 정보제공을 위해 국민 협조가 필요한 경우에 한해 기소 전 수사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법 그럴듯해 보이지만 따져보면 예외 사유가 몹시 모호하다. 특히 ‘범죄 확산의 우려’, ‘국민이 즉시 알 필요’등의 표현은 그 자체로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 이런 모호함 때문에 검찰은 수사내용의 공개에 있어 자의적인 판단이 가능해지고 무차별적인 공개를 감행한다고 하더라도 책임에서 상당히 자유로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쁜 짓을 한 사람에 대해 망신을 좀 주는 것이 나쁜가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피의자 신분에 불과하다면 적어도 유죄가 판명되기 전까지는 “나쁜 짓을 한 나쁜 놈”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다. 자칫 엉뚱한 사람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 피의사실이 무죄로 판명됐지만 치욕을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은 사람들도 많이 봤을 것이다.

조국 사태로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가 또다시 검찰 개혁의 중요한 사안중 하나로 떠올랐다.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는 이제껏 검찰과 언론의 유착관계를 관행화 시켜오면서 큰 병폐로 지적 됐다. 최근 대검찰청은 검찰 개혁 일환으로 수사와 공보를 분리한 ‘전문공보관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전문공보관제를 통해 망신주기식 피의사실 공표를 줄여보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모호한 법규정을 놔두고 제도만 바꾼다고 피의사실 공표 피해가 사라질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범죄의 중대성을 반영한 범죄의 종류, 국민의 알권리와의 관계상 공표가 필요한 피의자의 범위, 공표할 피의사실의 범위 등을 구체화 하지 않는한 피의 사실을 얼마든지 검찰 입맛에 맞게 흘릴소지가 다분하다. 이런 방법의 공표기준을 미리 정하는 것은 법 기술적으로도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검찰이 도입키로 한 전문공보관제가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취재 관행 즉 검찰 발표를 기자들이 그대로 받아쓰는 관행하에서는 언제든 노무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조국 사태는 끝났지만 검찰 개혁은 지금부터다. 최소한 피의자의 인권 개선에 필요한 피의자 공표만이라도 제대로 바뀌었으면 한다. 전문공보관제 도입과 함께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한 법을 손보는 것도 더 이상 늦출수 없는 검찰 개혁의 하나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