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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주년 맞아 카페홀더 1일 점장 초대된 도가니 검사 임은정
입력 : 2018년 12월 24일(월) 11:22




"피해자 최대 위로는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

피해자 시선으로 바라봐야 건강한 사회
누가될까 조심스럽지만, 건강성 보고싶어서..
내 손에 피 안묻히려 도망가는 것도 범죄
당연한 공판에 조직파괴자, 이상한 사람 돼
부당한 지시 거부하자 ‘광주의 딸이냐’ 황당
“좁은 한국사회에서 영호남이 어디 따로 있나”

2006년 도가니 사건 1심 공판검사였던 임은정 검사(사진 오른쪽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가 21일 도가니 사건 피해자들이 운영하는 상무지구 도시철도공사 1층 카페홀더에서 1일 점장으로 서빙을 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두번째는 지금껏 도가니 피해자들과 함께 해오고 있는 김민선 장애인가정폭력상담소장.임정옥기자
카페 홀더. 국민들의 가슴에 절망과 상처, 희망에 대한 가능성을 안겨준 광주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들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카페로 도시철도공사 1층과 광산구청 두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2006년 도가니 사건 1심 공판검사였던 임은정 검사(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가 이날 1호점에서 일일 점장으로 초대돼 홀더 직원들과 함께 했다. 21일 풍경을 옮겨본다.<편집자 주>



12월 21일 이른 오전, 광산구청 1층 카페홀더에서 두 여성이 뜨겁게 껴안으며 맺히는 눈물을 감싼다.

2006년 도가니 사건 1심 공판검사였던 임은정 검사(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와 사건이 알려지기 전부터 10년이 넘도록 인화학교 피해 학생들과 함께 해온 김민선 장애인가정폭력상담소장.

채 말을 맺지 못하고 뜨거운 포옹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이날 만남은 인화학교 교사와 학교관계자들이 장애학생들을 수년간 성폭행 해온 범죄가 세상에 알려진 일명 도가니 사건 7주년을 기념해 실로암사람들 김용목 목사와 김 소장이 임검사를 카페홀더 1호점 일일점장으로 초대해 마련된 자리였다.

“사실 제가 제대로 한 것도 없는데 기억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당시 그들이 집행유예를 받았잖아요.” 임은정 검사는 “제대로 한 일도 없는데 과분하게도 도가니 검사라고 기억해주셔 영광스럽다”며 “카페홀더의 점장을 할 처지가 못되지만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 너무 그립고 반가워 감사한 마음으로 달려왔다”고 설명한다.



◆피해자 최고 위로는 정당한 처벌

“피해자들에게 최고의 위로는 정당한 처벌”이라는 임 검사는 “그렇지만 도가니 사건이나 황제노역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들 눈높이에서 우리사회는 가해자들 입장에서 법이 집행됐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문제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인다.

도가니 공판검사를 하던 시절 만났던 한 장면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현장검증 이야기다.

피해자 중 한명이 지적장애를 앓고 있었다. 세상에 나서 단 한번도 관심을 받아보지 못한 그 어린 피해자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너무 좋아하며 즐거워’하더란다.

가슴이 미어졌다. 세상이 지옥 같으니 하나님이 영혼을 비켜 놓으신게 아닌가 생각을 했더란다.

그러던 중 갑자기 떠나게 됐는데 이번 초청을 해주셔 죄스럽고 영광스럽다는 이야기다.

김 목사 내외도 “항상 마음에 그리웠는데 초청하는 것이 임 검사님에게 누가 될까 조심스러웠는데 흔쾌히 응해주셔 너무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슬프지만 피해자들의 피눈물이 세상을 바꿔

“버틴 보람이 있습니다. 조직에서 언제 잘릴지 알수 없고 어디로 날려버릴지 알수 없었지만 버텨내니 세상의 작은 변화라도 만날 수 있어 다행입니다”

기득권의 견고한 세력, 법과 제도는 물론이고 사회 곳곳을 둘러싼 그 성벽이 하나도 변한 것 같지 않지만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이 변했다.

세상이 전혀 변하지 않은 것 같지만 과거 같으면 묻혀버릴 사건들에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또 피해자들이 보호를 받는 세상이 되가고 있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성폭력 같은 경우 피해자 인터뷰는 물론이고 범죄를 보도하는 것이 피해자에게는 가혹한 일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들의 피눈물이나 죽음을 통해 국민들이 조금씩이라도 관심을 가져주면서 똑 같은 피해자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10여년전 6세 의붓딸을 때려죽인 의붓 아버지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되는 걸 보고 절망감을 느꼈다. 그러나 지금, 약자에 대한 범죄는 사회가 함부로 봐주기를 못한다. 세상이 조금씩이라도 변한 것이다.



◆부산출신에게 ‘광주의 딸’이라는데

“우리사회에서 옳은 소리하면 호남 좌빨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부산 사람인데도 ‘너 광주의 딸이야’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동안 광주 분들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지 짐작이 갑니다”

임은정 검사가 ‘버텨낸’ 절절한 공감이다.

사실 그런 발언은 ‘혐오’발언이고 특정 사람이나 지역을 배제하는 범죄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되는 걸 보면서, 조직 안에서 조직적인 따돌림과 배제, 왕따 등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사실 버텨내기가 너무 어려웠다.

지난 2012년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사건 이야기다.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검사였던 그녀는 그해 12월 5·16 쿠데타 직후의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징역 15년이 확정됐던 고 윤길중 전 국회부의장(5·16 당시 통일사회당 당원)의 유족이 청구한 재심사건에서 검찰 내부 방침을 어기고 무죄를 구형했다. 당시 검찰은 백지구형을 하라고 지시했고 임 검사가 버티자 담당검사를 바꿨다.

임검사는 지시를 무시하고 문을 걸어 잠그고 무죄 구형했다.

후폭풍은 컸다. 항명으로 정직 4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조직 내에서 아무도 그녀와 일하려하지 않았다. 갈곳도 없고 거의 잘리는 분위기였다고.

그동안에도 내부 게시판을 통해 조직문제를 제기해온 그녀를 받아줄 곳이 없었다.

“빠지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나 거기서 빠진다고 저의 비겁함이나 죄가 면해질 수 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산 부모에게 전화를 드렸다.

“아버지, 저 이번주 사고 칠겁니다. 제 신분에 변화가 올수 도 있으니 마음 비우세요”수퍼를 하며 딸의 성공을 바라던 부모들은 충격이었다. 당시 아버지가 암진단을 받았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맘을 바꾸라고 눈물로 호소했다”‘일을 저지르’고 나니 후폭풍은 거셌다.



◆오해 힘들지만, 멀리보고 가자

인사포기는 당연한 것이지만 조직 내부에서 이상한 사람 취급했다.

‘정치하려는거 아니냐’ ‘유명해지려고 한다’ 등등. 동료들의 농담이나 비아냥이 비수가 되어 심장을 찔렀다.



도가니 영화를 보고 사심없이 일하는 후배 검사들이 맘에 걸려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렸더니 고위 간부들이 검찰 홍보용으로 자료를 베포했다. 항명검사가 이제 검찰 홍보검사가 된 것이다. 상처받을 후배들이 걱정됐던 건데.

진심을 알아줄만도 한데, 나는 그대로인데.

“아무도 내 심정이나 내 마음을 들여다보려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저는 정직을 당하고 조직내부에서 문제 있는 직원으로 낙인 찍혔지만 이제 검찰이 과거 사건에 대해 무죄구형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되는 거 아닌가요?

‘내가 죽기 전에는 나의 억울함이 안풀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직처분을 받을 때만해도 조직에서 날라가버릴수도 있겠구나 했는데 아무 탈없이 지나가니 안심했는데 적격심사로 다시 자르려하자 절망스러웠다고.

많은 생각을 했다. 독립운동가들은, 민주화운동가들은, 광주 분들은 어떻게 버텨냈을까.

“좁은 한국사회에서 영호남이 어디 따로 있겠습니까. 저는 본이 나주입니다. 나주 임씨이니 저도 호남사람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



◆살아남은 이들이 연대해야

“위에서 시키니까 어쩔수 없다는 변명이 지금도 통용되고 있다”

최근 사법농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녀가 던진 말이다.

검찰이나 법원이나 화이트 칼라 범죄에는 너무 관대한 것 같다. 갑의 시선으로 사안을 접근하기 때문에, 자신들과 같은 처지에는 관대하고 예를들어 조직폭력이나 강도 등 잡범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중형을 선고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다.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조직에서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정식으로 문제 삼다 나도 꽃뱀이 된 적이 있다”

“버터냈더니, 살아남았더니 이제 세상이 그래도 변하고 있다”는 임 검사는 “많은 사람들이 피해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살아남은 자들의 연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덕진기자